[양충모]여객선 침몰 한 달 후, 지금의 한국은?
양충모、梁充模(経済ジャーナリスト)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지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월 21일 현재 사망자는 287명, 생존자는 172명이다. 그리고 아직 17명의 실종자가 있다.
사고의 원인은 과적, 운항 미숙, 화물관리 부실로 압축되고 있다. 그날, 세월호는 적재 허용치인 987t의 4배가 넘는 3608t의 화물을 실었다. 조타를 맡은 이는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은 3등 항해사였다. 그는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맹골수도 지점에서 무리하게 항로 변경을 시도했다. 배는 균형을 잃었으며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한쪽으로 쏠렸다. 순식간에 기울어진 배는 첫 신고 후 2시간 23분 만에 완전히 침몰했다.
사고 직후, 비난의 화살은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향했다. 침몰 당시, 이들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라고 하지 않았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조에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감정이 싹텄다.
분노는 사회 체제에 관한 것이었다. ‘경제 성장’이라는,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패러다임 아래, 시민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된 것은 ‘규제 완화’를 기조로 하는 신자유주의였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선박 운행 기간을 법적으로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고, 선박의 증축 개조도 허용하는 등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박근혜 정부에 행한 분노도 극에 달했다. 지금까지 해양경찰청이 구조한 행방불명자는 제로다. 물론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국가는 무능했다. 여기서 국민들이 분노의 감정을 갖는 것은 정당하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고 직후 한 시사주간지의 표지에 등장한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문구는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5월 17일, 서울의 청계광장에서는 약 5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사고 당시, 선장이 선내방송을 통해 말한 “가만히 있으라”는 구호가 됐다. 이는 역설적 표현으로 ‘더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여권의 지지기반이었던 40대 여성의 이탈이 특히 심했다. ‘앵그리 페어런트’다. 하지만 야당이 반사 이익을 본 것도 아니다. 세월호 국면에서 야당의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당파의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다. 당장 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오는 6월 4일 열린다. 이 선거 후 2년 간 전국 단위의 선거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사죄했다. 다음 날 주요 일간지 1면에는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의 얼굴이 등장했다. 대통령의 눈물에서 진정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사망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확실히 기술적으로 세련됐다. 무당파의 지지를 다시 얻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해경의 해체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조치라는 반응이 많다. 대통령의 눈물과 충격의 해경 해체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로 연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는 5월 19일 사설에서 “(한국이) 국가적인 자기 성찰(national soul-searching)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적확한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왼쪽이 될 지, 오른쪽이 될 지, 혹은 U턴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